911 카레라 4S & 카이엔 쿠페


 

납작해졌다. 또는 더 넓어졌다는 게 신형 8세대 911의 첫인상이다. 변함없이 멋진 모습이지만 ‘더 가슴을 뛰게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 새로운 911은 늘 그렇듯 시간의 흐름에 맡겨둬야 한다. 헤리티지를 이으면서 미래로 나아간다는 방향성은 유서 깊은 브랜드의 공통적인 클리셰. 하지만 911처럼 철저하게 초기 특성 그대로를 가져가는 모델은 거의 없다. 이번 992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911 버전의 차체 뒤쪽 너비가 동일하다는 것. 너비가 다른 두 가지 차체 버전을 내놓았던 포르쉐의 전통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 전면의 차체 너비는 이전보다 45mm 넓어졌다. 새 플랫폼은 모든 부분에서 커졌다. 

 


 

국내에서 신형 911은 지난 2월 카레라 S, 카레라 4S가 먼저 선보인데 이어 엔트리 라인 카레라와 카레라 4가 뒤이어 나왔다. 포르쉐코리아는 지난 6월 17일, 911 라인업 확장과 카이엔 쿠페 출시에 맞춰 미드-이어 프레스 콘퍼런스를 열었다. 장소는 포르쉐 청담 스튜디오. 홀가 게어만 포르쉐코리아 대표는 “2019년 포르쉐는 글로벌 시장에서 28만800대를 팔아 10% 성장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한국에서도 2018년과 2019년 연속으로 4000대 이상 판매했다”며 하반기에 카이엔 및 카이엔 쿠페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작으로, 마칸 GTS, 911 타르가, 그리고 타르가 4S 헤리티지 디자인 에디션, 타이칸에 이르기까지 어느 해보다 다양한 포르쉐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게어만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고 실적이 이를 뒷받침했다. 

 

이 날은 또한, 포르쉐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의 가격 정보가 공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가장 먼저 출시되는 타이칸 4S의 가격은 1억4560만 원, 타이칸 터보는 1억9550만 원, 타이칸 터보 S는 2억3360만 원이다. 한편 이 자리에는 아티스트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과 협업으로 재탄생한 ‘다니엘 아샴 포르쉐 911’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었다. 8세대 신형 911 카레라 4S를 기반으로 시간의 침식을 표현한 이 작품에는 ‘3019’라고 쓰여 있는데 (작품을 만든 2019년으로부터) 1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의미한다.

 


 

신형 911과 카이엔 쿠페 소개에 이어 근교 파주까지 다녀오는 시승 행사가 이어졌다. 먼저 카레라 4S 쿠페의 스티어링 휠을 잡았다. 포르쉐 인테리어는 1세대부터 공랭식 엔진이 이어진 4세대까지는 수평 라인이 강조되었다. 그러다 수랭식으로 바뀌는 996세대부터 수평 라인이 강조되는 것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이번 992세대에서 다시금 1세대의 특징인 수평 라인으로 회귀했다. 5개의 원형 계기도 1세대의 특징과 같다. 다만 많은 부분이 디지털 방식으로 통합되었다는 점이 차이점. 그래도 아날로그 방식의 직관적인 제어를 위해 물리 버튼을 추가한 점이 눈에 띈다.

 

스티어링 휠에 달린 로터리식 주행 모드 스위치는 이전 세대 그대로. 컴포트 모드에서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이전보다 높아진 출력이다. 수평대향 6기통 터보 엔진의 카레라 4S는 이전보다 30마력이나 증가한 450마력의 힘을 낸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다루기 쉬워지는 911이지만 이번에는 힘의 조절이 최고로 쉽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더 쉬워지고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꾸면 그만큼 또 쉬워진다. 8단 듀얼 클러치와 매칭으로 0→시속 100km 가속 3.6초(스포츠 크로노 3,4초)에 최고시속 306km의 제원은 숫자의 의미 이상으로 다가온다. 배기 사운드 버튼을 누르고 스포츠 모드에 두면 귀를 찢는 즐거움이 가득해진다. 1단에서 짧아진 기어비로 변속은 더 빠르고 6단에서 최고속도에 도달한다. 핸들링은 민첩하고 정교하다. 뭉툭한 기어 레버가 손에 잡히는 맛은 없지만 패들 시프트를 다루는 재미가 이를 잊게 만들기 충분하다. 새로운 웻 모드가 궁금했지만 날은 뜨거웠고 노면은 건조했다.

 


 

이어서 카이엔 쿠페를 탔다. 카이엔보다 낮아진 앞 윈드 스크린과 A-필러, 루프 엣지가 20mm 낮아지고 차체 뒤쪽이 18mm 넓어졌다. 최근 쿠페형 SUV가 늘어나고 있지만 카이엔 쿠페는 스포츠 성능에 있어서는 독보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하나가 가변식 리어 스포일러다. 시속 90km 이상에서 작동하며 확장 높이가 135mm에 달한다. 고속에서 추가 다운포스를 만들며 직진 안정성을 높여준다. 내가 탄 카이엔 쿠페는 V6 3.0L 터보로 340마력의 힘을 내고, 카이엔 터보 쿠페는 V8 바이터보 4.0L 엔진으로 550마력을 낸다. 오프로드 모드나 다양한 기능을 경험하기엔 시간이 짧았지만 낮은 무게중심과 탄탄한 주행성능은 확인했다. 

 

911의 SUV 버전이냐고?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운전재미로 말하자면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911에 이어서 바로 타지 않는다면 그런 느낌은 확 줄어들 것이다. 어쨌든 그 자체로 카이엔 쿠페만의 매력이 있다. 카이엔 쿠페의 값은 1억1630만 원. 그리고 911 카레라 4S의 값은 1억7400만 원. 기본형인 카레라 쿠페를 보더라도 1억4700만 원이다. 가격이 부담 된다면 카이엔 쿠페도 괜찮지 않을까. SUV라는 장점도 있으니 말이다. 글쎄, 그래도 갖고 싶은 건 여전히 911이다. 



[출처] 오토카 Autocar Korea (한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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